척수손상 사지마비 환자는 매순간 전신에서 폭풍처럼 몰려오는 신경통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 24시간 단 1초도 쉬지않고. 신경작용이 만들어내는 통증이라 익숙해져서 약화되고 그런 거 없다.
온몸의 감각센서에서 온도,촉각을 감지해서 올려보낸 정상적인 센싱 데이타가 척수에서 왜곡,과장,증폭되어 두뇌로 전달되고, 그것을 두뇌가 쓰리고 뜨겁고 까칠하다는 통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두뇌라는게 뭔가를 처리하는 방식이 시분할(time sharing)이라, 어딘가에 빠져 멍때리고 있거나 운동이나 동작에 집중하면, 두뇌가 그걸 처리하느라 감각에서 올라오는 신호를 통증으로 해석할 시간이 부족하여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가라앉는다.
통증이 느껴질 때에는 숨어있다가, 다른 여타의 통증이 가라앉고 편안해진 후에만 제모습을 드러내는 놈이 있다. 바로 가려움이다.
가려움 같은 사소한 통증은 평소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온몸에서 통증이 폭풍으로 몰려온다. 마비된 어깨 아래로 전신은 따갑고 쓰라린 게 심해서 가려움 따위는 없다. 가려움은 마비가 없는 목 위만의 일이다.
가렵다. 머릿카락 하나가 이마에 살랑살랑 움직이거나.. 땀띠같은게 있거나, 모기에 물렸거나... 목위로, 뺨이든 콧등이든 이마든 정수리든 귓등이든 .. 어딘가가 가렵기 시작하면, 대략난감이다.
뭐 대단한 게 아니라 손으로 살짝 긁거나 쓸어만 줘도 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사지마비 아닌가..? 손으로는 얼굴을 터치하기도 힘들다.
제일 유용한 무기는 입김이다. 입김으로 세차게 뺨, 콧등, 이마, 귓가로 바람을 쏘면 대부분 해결된다. 뒷머리, 귀뒷가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베개와 마찰로 긁는다.
입김이 닿지 않는 정수리 등은 방법이 없다. 참을 수 밖에... 신기하게도 참아낼 수 밖에 없는 가려움은, 참아내겠다고 작정하면 많이 괴롭히지 않고 이내 사그라든다.
결국 제일 괴로운 것들은 입김을 불어 해결하면 될까말까 하는 애매한 놈들이다.
부처님 말씀이 모든 고통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 했거늘.. 수행이 부족한가보다. 가려움 따위가 이렇게 괴롭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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