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2024-12 또 겨울

42-the-answer 2024. 12. 3. 22:39

척수손상 환자들에게 겨울은 혹독하다.

실내 온도를 높여도, 아주 잠깐이나마 창문이 살짝 열리기라도 하면, 공기분자 하나하나가 차가운 모래알처럼 피부를 쓸고 지나간다. 아무리 껴입어도 그 시린 감은 막을 수 없다.

윤가 이놈이 계엄 불장난으로 세상을 뒤집어 놔도, 사지마비 환자에게는 분노하는 것조차 사치이다. 과학기술 신봉자로서 창창하고 찬란한 미래가 보고싶어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21세기는 과연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매카시, 전두환이 휩쓸었던 광란의 20세기와 다를 수 있을까? 푸틴, 시진핑, 트럼프, 네탄야후, 윤가놈, 끝도 없이 꼴통들이 생겨난다.

불길하게도, 모든 과학기술의 발전과 역사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개선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저명한 인문학자의 지적은 가장 아픈 곳을 찌른다.

이 겨울은 더 어려울 것 같다.

살아 있음을 확인할 만한 것으로는, 언제 써먹을지도 모르는 불어를 익히는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든다. 무슨 소용일까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