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Future

미래, 멋진 신세계에 대한 집착과 초조

42-the-answer 2024. 2. 16. 04:00


천진한 기술적 낙관론자로서 나는 미래에 집착한다. 과학기술이 무한히 발전한 멋진 신세계에서 황홀한 경험을 상상하면 가슴이 콩딱거리며 기대가 된다.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미래를 직접 창조하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 이거야. 난 왜 이 생각을 못했지?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이제 아이폰 이전의 세상은 조선시대 만큼이나 까마득히 먼 과거가 되어 버렸다. 나름 첨단 분야, 최신 기술에 쩔어있었던 나는 신입사원 시절에 미래상을 그려볼 기회가 있었다. 낙관론을 최대한 펼쳤다고 자부했건만, 아이폰 이후 세상을 털끝만치도 건드리지 못했다. 이젠 아이폰 이전 시절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어쩌자고 그시절 사람들은 그리 구차하게 살았을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은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을까? 그걸 보고도 ChatGPT를 상상해 내지 못하는 허망한 내 상상력은 딱하기 그지없다. 다음은 뭘까.

사실 먼 미래는, 물리법칙에 따르면, 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100조년이 지나면 빛을 내는 천체는 연료를 소진하여, 우주는 암흑이 되고, 하염없이 떠도는 천체들은 중력적인 상호작용만이 남는다. 그보다 더 먼 아주 아주 먼 10의 28~34승년이 지난 미래는,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서, 균질한 열적 평형에 도달한 미래는, 주변의 물질과 빛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블랙홀조차도 호킹복사에 의해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린 그 먼 미래는, 쇼킹하지만 너무나도 차갑고 시려서 오싹하다. 싸늘하다.

불지옥 미래도 있다. 50억년 이내에 태양이 팽창해서 화성까지 집어삼키는 것이다. 이것도 물리법칙에 따라 확정되어 있어서, 도저히 피할 길이 없다. 인류는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공룡들은 2억년을 살았다. 인류가 향후 백만년은 고사하고 단 만년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류의 지식은 어마무시하게 증가했으나 인간의 어리석음은 한치도 떨어내지 못했으니 어쩌면 ... 김정은이든, 푸틴이든, 트럼프든, 시진핑이든, 아니면 중동의 어느 광신자든, 단 한명이라도 핵버튼 누르면 끝이라, 만년은 커녕 천년을 넘기기도 힘들 것 같다.

그보다 더 가깝지만 여전히 먼 미래 역시 매우 높은 확률로 정해져 있다. 미국의 몰락이나 비트코인의 미래는 향후 백년 내에 예정된 수순으로 가게되어 있다. 이렇듯 먼 미래는 몰랐을 때는 궁금했을 지언정, 이제 잘 알고 이해했으니 더이상 흥미롭지 않다.

5분 뒤, 일주일 뒤의 가까운 미래는 볼수만 있다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도 있겠으나,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미치고 환장할 만큼 궁금한 미래는 향후 대략 15년부터 50년 정도의 시간대이다. 또 어떤 아이폰이, 어떤 챗GPT가 나와서 세상을 바꿔 놓를까.

막상 사지마비가 되어 손발이 묶여 드러눕고 보니, 미래쯤은 창조하면 되지...라는 호기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죽을 날만 고통스럽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기적같은 신약이 나와 나를 요양병원에서 끌어내서 휘황찬 신세계로 인도하기만 바라는 부질없는 기도만 하는 채.

문자를 발견한지 수천년, 전기를 발견한지 백년 지났다. 아이폰을 발견한지 십여년밖에 안 지났고, 생성형AI를 발명한지 채 일년 밖에 안 지났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싱귤래리티 속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순식간에, 기적같은 신약이 나와서 죽기전에 담 몇년만이라도 요양병원 밖에서 그 궁금해 미칠 것같은 황홀한 신세계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역시 명백해야만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간이다. 하루하루를 죽음과 가까이 지내는 요양병원은 시공간을 왜곡시킨다. 요양병원과 FDA에서는 찰나의 싱귤래리티가 제논의 역설처럼 무한에 맞닿아 있다.

그래서 초조하다.






'DeepFu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동산 안정화의 근본적 해결책  (1) 2024.03.12
모멘텀 전략  (0) 2024.03.05
Memlingo sercxas kontribuantojn  (0) 2024.01.21
죽다 살아난 멤링고(Memlingo) 프로젝트  (3) 2023.11.22
사업아이디어: "한국어 AI쌤"  (0)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