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독학 외국어(영어) 연습법과 학습앱

42-the-answer 2023. 12. 27. 14:10


수많은 외국어 학습법이 난립하는 춘추전국 시대이다.

나는 지난 30년간, 저마다 최고라고 주장하는 각종 언어학습법들을 모두 분석하고 경험해 보았다. 그중에 크게 도움이 되고 효과가 있었던 것들을 소개해 보자. 특히 혼자 스스로 저예산으로 할 만한 방법들이다.

기왕 학습하는 거, 되도록이면 효과적인 방법을 쓰자. 국가적으로 영어에 소비되는 막대한 비용이 효과도 없이 너무 낭비되는 것이 안타깝다.

효과가 확실히 없는 방법


수많은 방법 중에 가장 터무니 없는 것부터 얘기해 보자.

무작정 소리로 틀어 놓고 계속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학습된다는 주장을 가끔씩 들을 것이다. 최악의 헛소리이다. 자막없이 잘 모르는 채로 영화/드라마를 보는 것 역시 흘러보낼 뿐이라 학습효과가 없는 방법이다. 잡음을 듯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뭐라도 학습이 되려면, 원문 스크립트가 있는 자료를 사용해야 하고, 내용도 흥미가 있고 익숙한 것을 사용하는 게 좋다.

공부보다 습득이 필요


우선 외국어는 '공부'하는 게 아니라 '습득'하는 것이다. 반복적인 '훈련' 및 '수련'을 통해서 근육을 키우듯 키워나가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서 훈련해야하는 것이므로, 적절한 앱을 이용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좋은 앱들은 콘텐트도 수준에 맞게 다양하게 제공하고, 진도 관리도 해 주기 때문에 유료라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쓸데없이 비싼 영어학원에 돈낭비하지 말자.

초보 기초레벨이라면


초등/중등 영어 수준의 아주 기초적인 레벨부터 하려면 Duolingo 앱이 최고이다. 초등/중등 수준의 영어 왕초보라면 이걸 추천한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네가지를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Duolingo는 외국어 학습 분야에 세계 1등 앱이다. (★5)

귀뚫기 및 듣기 훈련


귀를 뚫고 듣기를 잘 하기 위해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받아쓰기(dictation) 연습이다. 빠른 속도로 말하는 문장을 듣고 개별 단어 하나하나가 무엇인지 알아 맞추는 딕테이션 훈련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귀가 뚫린다. 딕테이션을 쉽게 도와주는 앱으로는 Cake와 RedKiwi가 있다.

(1)드라마/영화 영어와 (2)뉴스/세미나 영어 및 (3)예능/쇼프로 영어는 각각 소리의 성격이 다르므로 듣기 훈련을 분야별로 따로따로 해 줘야 한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서 원하는 분야의 콘텐츠를 우선하여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게 좋다.

Cake는 초급자에게 적당하다. (★3)
RedKiwi는 본격적인 받아쓰기에 최적화된 앱이다. (★5)
'말해보카'도 유투브 영상 듣고 받아쓰기가 있다. (★5)

받아쓰기를 할 때 필요하면 0.75배속이나, 0.5배속으로 느리게 해서, 여러 단어가 어떻게 뭉쳐지거나 생략되듯 약화되어서 발음되는지 세밀하게 파악하고 자기 입으로 똑같이 흉내내어 리듬감과 강약을 살려 카피해보는 것이 좋다.

영어 특유의 연음법칙이나 빠른 발음에서 생략되는 방식을 설명하는 별도의 콘텐츠를 찾아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음 영상과 같은 것들이다.
https://youtu.be/v6ZL5y2Bvfo?si=GQViDF-ciTOs2N3O

https://youtu.be/6FzZkvCvzpw?si=z47UBQpx-TJJixX8


어휘력 증진 훈련


어휘력 증진 훈련에는 간격반복법(SRS)에 의한 암기방법이 최고이다. 쉬운 것은 낮은 빈도(긴주기)로, 어려운 것은 높은 빈도(짧은주기)로 반복하는 것인데, 단어별로 개인별로 빈도나 주기가 다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관리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그것을 해주는 낱말카드(flash card) 형태의 암기전용 앱들이 존재한다.

암기분야에 가장 오래 내려오는 전통이 있는 궁극의 앱은 Anki이다. Anki에는 이미 잘 만들어진 영어 단어집을 여러 세트 구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 수도 있다.

Anki에서 자기만의 단어집을 만드는 과정이 좀 복잡한 게 흠이다. Anki와 유사하지만, 사용성을 대폭 간소화하여 사용하기도 편하고 단어장 만들기도 쉬운 앱이 Quizlet이다.

Anki는 외국어 학습분야의 시조새 앱이다. (★4)
Quizlet은 이지모드 Anki라고 보면 된다. (★4)

국내 출판된 각종 어휘/단어집에 나오는 방대한 어휘와 예문을 망라한 영어 어휘력 증진 끝판왕 앱은 '말해보카' 이다. 훌륭한 음성인식기와 접목해서 만든 앱이고, 매우 깔끔한 앱이다.

'말해보카'는 어휘력 증진에 진심인 앱이다. (★5)

소리내어 말하기 연습


말하는 것은 결국 구강과 턱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다. 다른 여타 운동에서 근육 훈련하는 것 처럼, 말하는 것도 결국 구강근육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끊임없이 소리내면서 구강근육을 훈련하는 것은 외국어 습득에 필수적이다. 개별 음소의 정확한 발음도 중요하지만, 리듬과 강약을 잘 모방하여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분야 최강앱은 바로 Speak이다. 오로지 말하기에 집중한 앱이고, 훌륭한 음성인식기를 갖추고 있어 틀린 발음을 확실히 잡아 줘서 발음 교정에도 좋은 앱이다. 멱살잡고 말을 시키는 앱이라는 게 딱 맞는 설명이다.

Speak은 말하기 연습의 모범앱이다. (★5)

똑같이 말하기를 목표로 앱을 만들어도, 앱 사용법이 상당히 번잡하여 쓸데없이 클릭을 많이하게 하는 '스피킹맥스' 같은 앱도 있다.

스피킹맥스는 사용성이 엉망이다. (★1)

영어적 표현 읽고 익히기


거의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에게는 중학생 수준의 미국아이들이 읽는 글이 적절하다. 그 수준의 읽기 재료로 추천할 만한 것은 윔피키드(Wimpy Kid) 시리즈이다. 중학생의 1인칭 시점에서 쓴 일기 형식이다. 매 문장 하나하나 마다, 주옥같은 표현이 들어 있어, 진지하게 각잡고 공부해 볼 만한 자료이다. 문법책으로는 배우기 힘든 매우 찐한 네이티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영어를 꽤 하기는 해도, 뭔가 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좀더 네이티브적이고 자연스런 언어를 구사하여, 한단계 더 실력을 증진 시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윔피키드 시리즈를 학습함으로써 한레벨 퀀텀점프할 돌파구가 보일 것이다.

워낙 좋은 내용이라서 여러 유투브 채널에서 윔피키드를 교재로 삼아 설명한다. 그중에서 와우영어 채널의 강의가 최고이다.

- 고급진 영어: 와우영어 채널 (★5)
  https://youtube.com/@nomad_JD

고급진 영어: 와우영어

영어는 세상을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고, 그렇게 얻은 통찰력을 통해, 휘둘리지 않는 '나'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영어는 '반복되는 일상'에 '나'를 살찌울 수 있는 좋은 도

www.youtube.com


그냥 강의를 듣고 흘려 보내지 말고, 오랫동안 장기기억으로 보내 확실하게 붙잡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 메모를 해서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Anki나 Quizlet에 담아서 반복훈련 함으로써 장기기억으로 보낼 수 있다.

나로부터 출발


아무리 좋은 자료라도 나랑 상관없는 것들이라면, 습득이 잘 안된다. 나랑 상관있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습득된 것이 잘 도망가지도 않는다.

내 소개를 해 보자. 내 가족, 내 취미, 내 주말셍활, 내 회사, 내가 본 영화, 내 방에 가구, 내 친구 ... 뭐든 나와 관계되는 것을 영어로 해보자.

구글번역과 챗GPT를 이용해서 문장을 만들고 소리도 들어 볼 수 있다. 내가 평소에 쓰는 말을 우선적으로 영어로 해보자.

발음은 성대모사하듯


발음 연습은 성대모사 연습하듯 해야한다. 성대모사를 하려면 아주 미세한 버릇까지 따라하지 않는가.

잘 안되면 재생 속도를 0.5배속으로 늦춰서 자세히 들어보고 똑같이 복사하듯 따라해 보는 것이 발음연습에 최산이다.

유창성 증진 연습


유창함은 거침없이 술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유창성 증진에는 다음과 같은 훈련 방법이 최고이다.

- A단계(1일차). 초벌 녹음하기. 주제를 정해서 3분/5분간 말할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찬찬히 떠올려 보자. 3분/5분 동안 타이머와 녹음기을 켜놓고 생각했던 주제에 대해 끊김없이 영어로 말하려고 최대한 노력해 보자. 소재는 아무거나 상관없다. 자기소개도 좋고, 오늘 겪은 일도 좋고, 계획하는 것도 좋고, 그림을 두고 설명하는 것고 좋다.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3분/5분간 차분히 해보자. 틀려도 좋으니 일단 최대한 끊지 말고 해보는 게 중요하다. 초벌 녹음이므로, 급하면 우리말 단어를 섞어 말해도 좋고, 문법이 좀 틀려도 상관없다.
- B단계(2일차). 녹음했던 내용을 들으면서, 하고싶었던 말을 종이위에 다시 정리하고, 번역기를 이용해서 올바른 영어 표현들을 찾아서, 제대로 된 스크립트를 만들어 보자. 만들어진 스크립트를 여러번 읽으며 구강근육으로 표현을 익히자.
- C단계(3일차). 재녹음. 녹음기와 타이머를 켜놓고 원래 하고 싶었던 내용을 다시 말하면서 녹음해 보자. 스크립트 없이 최대한 즉흥적으로 쉬지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우면, 처음에는 1분짜리로 짧게 해도 된다. 최종 목표가 5분간 영어로 말할 수 있기이다.

급하게 서두르면 체한다. 각 단계별로 하루씩 잡아, 일주일에 주제 하나씩 잡고 유창성 연습을 하는 것이 적당한 리듬이다. 자기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므로 좀 번잡하지만 이것 만큼은 자동화된 도구가 나오기 어렵다. 손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말을 유창하게 잘하려면 영어실력은 둘째치고, 우선 말할 꺼리가 풍부해야 한다.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자기가 말하고 싶은 자기만의 이야기꺼리를 이런 방식으로 하나씩 늘려 가면서 자기만의 스피킹 라이브러리를 구축해보자. 라이브러리가 늘어날 때마다 스피킹 유창함도 쑥쑥 늘어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 배운 단어나 표현은 단어장으로 만들어 Anki나 Quizlet에 누적해서 장기기억화 하는 게 좋다.

구글번역 앱은 이 작업에 최고로 좋은 도구이다. (★5)
ChatGPT앱도 스토리 구성에 아주 좋은 도구이다. (★5)

A단계 녹음과 C단계의 녹음을 인스타/페북/유투브/블로그에 공유해보자.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의 유창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비교해 보면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문어체 읽기 연습


긴 문어체 문장을 익히는 데에는 2개언어 대역 읽기 전용앱인 Beelingua App이 적당하다. 문장별로 대조하며 소리로 읽어 준다.

쉐도우잉으로 소리내어 따라읽기를 해보자. 길이가 긴 장문에 약한 사람들이 독해 연습하기에 적당하다.

Beelingua앱은 2개언어 대조읽기 및 독해에 적당하다. (★4)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 익히기


수많은 유투브 채널에서 '네이티브 영어적 표현'을 가르치는데, 그중 최고는 '라이브 아카데미' 채널이다. 대부분의 교재는 '영어'에만 집중하는데, 이 채널은 '영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지극히 한국어스런 표현'과 연결지어서 요령있게 설명하여, 실질적인 활용을 극대화한다.

- 라이브 아카데미 채널 (★5)
   https://youtube.com/@LA-TDLR

라이브 아카데미 토들러

'라이브 아카카데미 토들러' 채널은 영어회화 완전 초보자를 위한 기초부터 배우는 채널입니다. 이 채널은 영어회화를 배우기 위한 곳이지 문법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

www.youtube.com


그냥 강의를 듣기만 하지말고, 별도로 단어나 표현들을 메모해서 자기만의 단어장으로 만들어 Anki나 Quizlet같은 암기 전용앱에 누적해서 장기기억화하면 학습효과가 배가된다.

자유 대화 연습


자유대화식으로 자유롭게 영어 스피킹 연습하는 데에는 ChatGPT Voice Conversation이 좋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쓸 수 있고, 사람과 영어 대화시 실수할까 두려운 사람들도, AI와 연습하는 것이라 실수하여도 부담이 없는 훌륭한 방법이다.

Speak앱에 있는 AI튜터도 이와 유사하게 좋은 대화식 학습 방법이다. 틀린표현을 교정해주고 적당한 다른 표현도 알려준다.

ChatGPT앱의 Voice Conversation은 대인 부담이 없어 좋다. (★5)
Speak앱의 AI튜터도 잘 만들어져 있다. (★5)

책으로 배우려면


영어회화 핵심패턴 233 시리즈 (★5)
Grammar in Use 시리즈 (★5)
입이 트이는 영어 시리즈 (★5)

장기간 수련과 소셜 공유의 필요성


외국어는 어느 한가지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위에서 제시된 여러 방법을 병행 또는 번갈아 가면서 골고루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주기는 1개월 또는 3개월이다. 적절한 주기별로 그동안 다음 두가지를 자기 소셜계정에 공유하면, 동기부여가 되어 효과가 배가된다.

- 이번달/이번분기의 훈련 목표 공유
- 지난달/지난분기의 훈련 결과 공유

시간에 따라 각 방법들을 바꿔가면서 쓰는 게 좋다. 분기별로 한번씩 학습방법을 바꾸면, 지루함을 벗어나 적절한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회사생활 영어 연습


영어를 업무의 도구로 쓰려면 약간 결이 다른 양식의 말을 연습해야한다. 여행할 때나 친구 사귈 때와 달리 상당한 형식과 업무 처리 방식이 말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회사영어 제인 유투브 채널 (★5)
https://youtube.com/@YoungerEnglish

회사영어 제인

문화, 시사, 비즈니스 영어 영어만 부족한 당신께 바칩니다. '회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비즈니스 영어 100'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https://mymobi.kr/businesseng100 뉴스레터: https://mymobi.stibee.com/

www.youtube.com

제인 쌤 채널에서는 회사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주옥같은 표현들을 배울 수 있다.

치트키 학습법


이 모든 방법을 압도하는 학습법의 치트키가 있다.

외국인 애인 사귀기가 그것이다.

AI시대에 외국어(영어) 습득이 필요한가?


제일 실력있는 AI동시통역사를 고용해서 쓸 수 있다해도, 오감이 살아있는 인간끼리의 직접적인 소통에서 오는 교감을 대신할 수 없다.

슬픈 1980년대 영어 공부법 - 카세트테이프 30개 한 세트


우리는 시골이라 AFKN 미군 방송도 없어서, 당최 소리로 된 영어를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카세트테이프 30개로 된 영어회화 자료가 하나가 나한테 굴러 들어왔다. 꽤나 값이 나갈 터였으나 주인을 잘 못 만났었던지 먼지를 좀 뒤집어 쓰고 있었다.

열어보니, "공항 세관에서" 부터 시작되는 여행자용 회화였다. 영국 BBC에서 제작한 것을 해적판으로 복사해서 판매되던 것이었다. 아뭏든 나에게는 희귀한 소리영어라서 열심히 따라 연습했다.

나중에 대학원 가서 미국유학 다녀왔다던 박사과정 선배에게 제법 핀잔을 받았다. 도대체 영어를 어디서 배워서 발음이 그리 촌스럽냐고...

그 즈음에서야 영어소리 교재가 흔해져서, 눈물을 머금고 미국식 발음으로 싹다 다시 연습해서 익웠다. 참 슬픈 영어다.

요즘엔 모든 교재에 소리가 나오니 요즘 사람들은 소리 귀한 줄을 모른다. 영어소리가 넘쳐난다고 해도 다들 영어를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의지를 가지고 들으려 하면 항상 거기에 영어소리가 있으니 소리영어를 입맛대로 골라가며 훨씬 쉽게 배울 수 있을 뿐이다.  

슬픈 1990년대의 공부법 - 카세트테이프로 귀뚫기


어느 어학원에서 5분 분량의 AP News(아주 빠른 뉴스영어, 기사5개)를 녹음한 테이프와 그 해설이 있는 월간잡지를 발간했다. 잡지 뒤에 5쪽정도 빈 페이지가 있었다. 한달 내내 그 5분짜리 뉴스를 반복해서 들은 후, 그 공란에 받아 쓰기를 하는 것이다. 해설 정답을 보고 빨간펜으로 틀린 것을 수정한다. 빨간펜으로 수정까지 한 페이지를 잘라서 학원에 제출하면, 다음달 치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 다음달도 반복한다.

5분 분량이라고 얕잡아 보면 큰 코 다친다. 엄청 빠른 뉴스 보도라서, 한달 내내 귀에 이어폰을 꼽고 수백번을 들어도 안들리는 구간은 죽어도 안들린다. a, an, at, on이 하나도 구분되지 않고 심지어 그게 거기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도 안들리던 구간이 정답보고 수정한 후에는 놀랍게도 너무나 명확하게 들려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정답 안보고 들어내려고 한달 내내 구간반복해 가면서 듣다보면, 기계식 카세트 플레이어가 쉽게 고장나기도 했다.

이것을 13개월 정도 반복 했을 때부터, 드디어 영어 귀가 뚫렸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 후부터는 뉴스/세미나 영어는 부담없이 들렸다.

21세기에는 Cake나 RedKiwi같은 훌륭한 앱이 있으므로, 절반 정도의 시간만 써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슬픈 1990년대 공부법 - 영작문 교재 책 6권


대학원에 갔더니 영어로 이메일 쓸 일이 잦아졌는데, 뭐하나 쓸라치면 어찌할 바를 몰라 답답했다.

작정하고 영작을 연습해야겠다 싶어서 서점으로 가서 시사영어사에서 나온 6권짜리 영작교재를 선택했다. 우리말 문장과 노트필기할 수 있는 빈칸, 그리고 정답 영문으로 구성된 단촐한 책이다. 간단한 문장부터, 전문 통역사에게 요구되는 어려운 문장까지 6권으로 구성됐다. 300쪽씩 쪽당 한 문제씩.

3권까지 풀어 봤더니, 더이상 이메일 쓸 때 막힘이 없어서, 거기서 멈췄다. 대략 1천 문장 정도 영작 훈련으로 자유를 얻었다. 영작을 엄청 잘해서가 아니다. 처음 떠올린 한국어 문장이 영작하기 어려운 것이면, 재빨리 영작하기 쉬운 다른 한국어 문장을 생각해내는 잔꾀를 같이 습득했기 때문이다.

구글번역과 챗GPT가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도, 흰 종이 한장에 맞서서 영어로 의견을 개진할 줄 아는 역량은 소중하다. 3분/5분 스피치로 유창함을 연습하면, 영작 실력은 부산물로 따라올 것이다.

슬픈 2000년대 공부법 - 스타일을 찾아나서다


영어 이메일이나 논문을 수월하게 쓰는 것과 다른 글쓰기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SNS에 한두줄 짧게 특정한 심정이나 특이한 경험을 맛갈나게 쓰는 것이다. 격렬한 댓글 논쟁에 참여하려면 비슷한 역량이 필요하다.

핵심을 간결히 쓰는 것은 그렇게 쓸 줄 아는 SNS친구를 찾아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홍콩 출신 캐나다 국적의 페북 친구가 하나 있다. 영어에서도 온갖 미묘한 감정표현이 가능하고 생생한 체험을 전달이 충분히 가능함을 배웠다.

그 스타일을 흉내내어 나도 몇번 써 보니,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나더 레벨의 영어가 느껴졌다. 아놔, 이러다 작가도 되겠다...


주)
문장 변화시켜 보기(paraphrasing) 사이트
https://www.thesnow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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